생일기념 뉴욕여행 오감만족




지난 주말엔 내 생일이 있었다. 아, 지금껏 꽤 많은 생일은 거쳐왔지만 이렇게 생일이라는 것을 거의 인식조차 못하고 생일을 맞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하윤이를 낳고 하루하루가 전쟁처럼 치열하고 정신없다보니 날짜 감각이라는게 정말로 사라져 버린탓인건지, 혹은 이제는 생일이 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행사가 되어버린 탓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정한 남편님 덕에 당일치기로 생일 기념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차로 네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이고 당일로 다녀오는 것이 하윤이에게도 조금 덜 힘든 것 같아 앞으로도 종종 당일로 뉴욕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아침엔 출발하기 전 남편이 끓여준 미역국 한 그릇을 야무지게 먹었다.  지금껏 소고기 미역국만 먹고 살았는데 바지락살을 넣은 미역국이 이렇게 담백하고 맛있을 줄이야. 미역국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본인이 끓인 미역국이 맛있다며 흐뭇하게 한 그릇 뚝딱.

화창한 날씨에 k가 지난 며칠 동안 정성을 기울여 만든 여행용 아이팟 목록을 감상하며 뉴욕으로 출~봘! 하윤이도 조용히 잘 자주었고, 더욱이 뉴욕에 거의 도착해서 우연히 확인한 메일에 매우 기쁜 소식이 담겨있어 우리의 기분은 완전 업업 :)



뉴욕 도착! 이번 뉴욕 여행에서는 드디어 우리에게도 주차 행운이 찾아왔다. 원하는 장소에 스트릿 파킹 자리가 어쩜 그렇게 딱딱 쉽게 찾아지는지. 시간도 많이 절약했고 물론 일요일이라 주차도 무료. 히히.

첫번째 목적지는EATALY. 정말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드디어 방문! (자세한 포스팅은 다음 편에 ㅎㅎ) 굉장히 큰 규모의 마켓과 레스토랑이 혼재되어 있는 곳인데, 식자재의 천국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을 뿐 아니라, 그 식자재로 만드는 음식도 최고!! 이태리 음식 좋아하는 사람이면 말 그대로 눈 돌아갈 곳이다.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는데, 특히 피자!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어떤 피자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두툼한 미국식 피자를 더 좋아하는 남편도 정말 맛있어했다.



하윤이에게 식전빵을 한덩이 쥐어줬더니 우리 식사하는 내내 이리 물고 저리 물고하면서 아주 신나했다. 이제는 식당가서 하이체어에 앉힐 수도 있게 되었고, 여러모로 많이 편해졌다. 아이코, 대견해라 :)



하윤이가 살짝 잠이 든 틈을 타 다음 장소로 이동. 밥을 배불리 먹었으니 디저트를 먹을 시간. 이번에도 아주 기대가 큰 Cafe Lalo. 영화 you've got mail 에 나와서 유명세를 탄 카페인데, 영화가 나온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뉴요커들(및 관광객)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eataly로 그렇고 이 곳도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선지 한참을 기다려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곳에 대한 자세한 포스팅도 다음 편에 -) 장소가 협소한 편이라 유모차를 끌고 들어갈 만한 곳이 아니었는데, 때마침(??) 하윤이도 깨어나 유모차는 차에 넣어두고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엄마 아빠의 데이트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준비해 온 깜짝 서프라이즈 생일 선물과 카드를 받고 감격, 감동하고 있는데, 하윤이는 엄마에게 물 한 컵을 쏟아붓고... 아기를 키우다보면 순도 100%의 낭만은 즐기기가 어렵다. ㅋ



저녁 먹을 곳으로 베트남 식당을 찜해두고 왔는데, 점심을 워낙 늦게 또 거하게 먹은데다 디저트까지 먹고 나니 도저히 저녁 식사가 들어갈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그래도 먹겠다는 일념으로 센트럴 파크로 걸어가 "소화"를 위한 산책을 했다. ㅋ 지난번 메트로폴리탄까지 걸어갔다오면서 추위에 떠느라 정신이 없었던 일이 기억이 난다. 3월 말이었지만 정말 추웠다. 고생하면서 하는 여행이 추억에 많이 쌓인다지만, 역시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 수 있는 그런 여행이 더 낫다.




센트럴 파크에서 유유자적하고 나니 시간은 벌써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베트남 식당은 무리라고 판단, 테이크아웃해 갈 수 있는 메뉴를 고른 후 집에 가는 길에 차에서 먹기로 결론을 내렸다. 핫도그와 햄버거를 열심히 검색하고 있던 도중 eataly에 하윤이 유모차 가드를 두고 온 걸 발견 ㅠㅠ 아, 뭔가 오늘 하루 종일 순조롭게 풀린다 싶었어... 가드를 가지러 가는 길에 우연히 교촌 치킨을 발견하고 저녁 메뉴를 급수정했다. 푸핫.


난 사실 한국에서도 교촌 치킨을 거의 먹어본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한국식 치킨을 먹자며 신나서 윙과 드럼 스틱으로 두 패키지나 주문했는데, 차에서 열어보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이건 뭐 간식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적은 양. 교촌치킨 원래 이렇게 양이 적은 가요? 양념도 미국식으로 살짝 바꾼 것 같고 매운 맛을 골랐더니 한국식으로 매콤하면서 개운한 느낌의 양념이 아닌 그냥 막 매운 남미식 고추 양념을 쓴 것 같은 맛이었다. 한국식으로 간장맛이나 매콤달콤한 양념을 쓰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도 비닐장갑과 물티슈가 딸려오는 것은 참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올해 나의 생일은 이렇게 저물었다. 서른번도 넘게 맞이한 생일이라 이젠 더이상 특별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왁자지껄한 떠들며 즐기던 파티도 아니었지만, 나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고 몰래 생일 선물을 준비해 준 다정한 남편과 집에 오는 길 내내 보채지 않고 푹 자 준 기특한 갓난쟁이 아들이 있으니 - 더욱이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가끔 이렇게 기분 전환용 여행 기분을 한껏 내주는 뉴욕이 있기에, 이만하면 아주 행복하고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싶다. 말 그대로 해피한 버스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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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김김민 2011/07/14 11:58 # 답글

    행복한 생일 보내셨군요 언니.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합니다아아아.

    정말 k오빠의 자상함을 따라갈 사람이 없네요. 직접 끓인 미역국에 아이팟 목록 업뎃에 서프라이즈 선물까지 ;)) 자상한 k오빠와 귀여운 하윤이, 두 남자 덕에 앞으로도 언니의 생일이 아주 다이나믹하고 기쁜 날이 될 것 같아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언니 모습도 예쁘고, 하윤이도 무지 귀엽다는! 매우 좋은 소식(이 뭔지 궁금하지만) 그것도 축하드려요! 히히.

    언니가 포스팅한 곳 가보고 싶어요. 뉴욕에는 언제 또 가보려나......
  • lois 2011/07/15 11:57 #

    결혼하고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앞으로 평생 누군가는 나의 생일을 기억해주고 챙겨줄 수 있으니 생일에 외로움에 궁상 떨 일이 없어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ㅋㅋ

    너 한국 가기 전에 뉴욕 다시 가 봐! 이번에 가서 새삼 느꼈지만 정말 갈 곳이 무궁무진하더라. 물론 서울도 그렇지만 ㅠㅠ
  • 2011/07/14 13: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lois 2011/07/15 12:00 #

    감사합니다!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축하를 받으니 또 색다르고 참 기쁘네요 :)

    eataly 포스팅은 재밌게 보셨어요? 사실 아기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 포스팅은 늘 쓰다 말다 쓰다 말다의 반복이라 대부분 좀 엉망이긴 해요 ㅎㅎ
  • 국화 2011/07/14 18:14 # 답글

    애기갘ㅋㅋ애기가너무귀여워갖고 꺄아 너무귀엽네요 으히히
  • lois 2011/07/15 12:01 #

    이만할 때 안 귀여운 아기가 어딨냐던 어느 연예인의 말이 생각이 나지만 ㅋㅋ 저와 함께 같이 귀여워해주셔서 너무 고마울 뿐입니다 ㅎㅎㅎ
  • educated fool 2011/07/14 21:08 # 답글

    생일 축하드려요 아기 키우다보니 정말 정신없이 기념일들이 지나가버리더라구요 그래도 자상한 남편님 덕에 정말 해피한 시간들을 보내신것 같아요 하윤이도 어느덧 의젓하게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있는 모습이 왠지 감격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ㅋㅋ
    랄로도 여전하고 잇틀리는 저 너무 가보고싶던 곳인데... 교촌이 생겼다니 완전 반가우셨겠어요 사진들 보면서 저도 옛생각도 좀 나고 그렇네요 ㅎㅎ
  • lois 2011/07/15 12:02 #

    이번에 뉴욕 가기 전에 풀님에게 좀 여쭤볼걸 그랬어요!! 정신없이 가느라 깜박했네요.
    다음 번에 갈때는 제가 꼭 먼저 귀뜸해드릴테니 저에게 좋은 곳을 많이 소개해주세요. 제가 풀님을 대신해 옛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드릴게요 ㅎㅎㅎ
  • bonnymom 2011/07/15 22:03 # 답글

    오!!!생일이셨군요!!!넘축하드려요~~
    남편님이 미역꾹을~~~
    저희남편은 다른건
    다 도와줘도 부엌은 안된데요 ㅠㅠ흑
    멋지십니다 하윤아버님!!
    한국어로 교촌이라고 써있으니 괜시리반가워하는 1인이었습니당ㅎㅎ
  • lois 2011/07/17 11:55 #

    감사합니다 :)

    앗, 왜 부엌이 안된다고 하셨을까요?
    보니맘님 생일때 선물로 미역국 끓여달라고 해보시는건 어떤가요? ^^

    저희도 지나가다 교촌 간판 보고 꺅꺅 거리며 바로 들어갔었어요 ㅋㅋ
  • tyndall 2011/07/15 23:14 # 답글

    아 늦은인사입니다.
    생일 축하드려요~~~ 저리도 맛난 미여국을 끓여주시는 신랑분이 곁에 계시니 생일을 인식 못할래야 못할수가 없을거 같아요-
    엄마가 되고 처음으로 맞이 하는 생일은 살짝 정신도 없고 예전같은 느낌은 덜했을지 모르겠지만 또 지나고 보면 이때 생각에 웃을수 있을거 같아요.
    유모차를 밀고 있는 lois님의 모습은 섹스앤더 시티의 주인공들 보다 더 핫하게 느껴지는 멋진 엄마같아요-
    비슷한 연배?로 또 동갑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내년 이맘때도 또 축하 인사 덧글 올릴때까지 항상 세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길요!
  • lois 2011/07/17 11:59 #

    저도 같은 육아 동지들을 블로그에서나마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서 위로도 받고 위로도 주고, 이렇게 생일이 되니 여러 분들로부터 축하도 받을 수 있으니 참 기쁘네요 :)

    유모차 미는 모습 봐줄만한가요? 사실 대부분의 사진은 배나온 아줌마가 낑낑거리며 유모차를 밀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선글라스 끼고 있으니 좀 그럴듯한가봐요 ㅋㅋ
  • SayJiNa 2011/07/16 14:40 # 답글


    아 생일 정말 축하드려요..
    혹시 지난 주말에 생일이셨다고 해서 물어보는 건데 생일이 언제신거에요? ㅎㅎ
    저는 7월 9일(토) 에 생일이었거든요..
    생일겸해서 로드트립 다녀왔구..ㅋㅋㅋㅋ

    근데 정말 남편이 끌여주는 미역국.. 부럽네요~
  • lois 2011/07/17 12:00 #

    지나님도 생일이셨군요!
    제 생일은 그 다음 날이었어요. 생일이 바로 앞뒤날이라 왠지 더 반가운 ㅋㅋ

    남편이 끓여주는 미역국 반응이 이렇게 뜨겁다니, 완전 당연하게 생일상 받았는데 고맙게 생각해야겠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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